좋은 시조

분리수거 / 이송희

서해기린 2021. 6. 10. 16:37
어제를 분리해서 폐기하는 아침이면

소리가 흘러 넘칠까, 병뚜껑 덮은 채

우리는 얽힌 감정을 하나 둘 떼어 냈어

옷깃을 물고 있는 하마가 달아났어

당신을 머금던 눈물도 털어냈지

멍든 눈, 찢어진 입은 늪 속에 가뒀어

두터운 어둠을 접어 돌돌 말아 넣었지

서로의 속을 열어 나눠진 우리는

날마다 비워가면서 가벼워지고 있었어



정형시학 2021년 여름호
<5인의 에스프리> 꼭지 자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