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다귀 해장국에 대하여/이성목 뼈다귀해장국에 대하여 이성목 몸이 먼저 아픈 것이 사랑이다. 그대, 갈비뼈 같은 애인을 만나거든 시장 골목 허름한 밥집으로 가라 세상이 다 버릴 것 같았던 뼈를 거두어 세상이 다 버릴 것 같았던 우거지 덮어 불룩해지는 뚝배기 속을 보라 뼈는 입김을 뿜어 그대 얼굴 뜨겁게 만질 것.. 좋은 시 2011.06.27
검색 공화국/문성해 도서실 컴퓨터실에 붙박이로 앉은 사람들 젊어서 천천히 찌그러지고 있는 사람이나 늙어 한꺼번에 찌그러진 사람이나 모니터를 뚫어지게 노려보며 웃거나 한숨을 쉬거나 신경질적으로 자판을 두드린다 지독한 모니터와의 사랑이다 제가 궁금하면 검색해 보세요 그 남자는 여유 있게 말.. 좋은 시 2011.06.02
해피 버스데이/오탁번 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할머니와 서양 아저씨가 읍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제멋대로인 버스가 한참 후에 왔다 -왔데이!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 말을 영어인 줄 알고 눈이 파란 아저씨가 오늘은 월요일이라고 대꾸했다 -먼데이! 버스를 보고 뭐냐고 묻는 줄 알고 할머니가 .. 좋은 시 2011.05.31
사건/조향순 사건 길에는 구석구석에 몹쓸 그리움들이 서슬 푸르게 살아 있었다. 그들과의 치열한 싸움에서 난 오늘 밤도 무참히 망가질 거야. 한밤내내 형편없이 무너질거야. 모든 길은 사라지고, 집은 날 담은 채로 밤마다 밤마다 가라앉는다. 그래도 길 위에 오르면 길이 보일까. 34번 국도에서 엑.. 좋은 시 2011.05.26
<귀로 듣는 눈>, <흔들린다>, <아랫도리>/문성해 귀로 듣는 눈 문성해 눈이 온다 시장 좌판 위 오래된 천막처럼 축 내려 앉은 하늘 허드레 눈이 시장 사람들처럼 왁자하게 온다 쳐내도 쳐내도 달려드는 무리들에 섞여 질긴 몸뚱이 하나 혀처럼 옷에 달라붙는다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실밥을 따라 떨어진다 그것은 눈송이 하나가 내게 .. 좋은 시 2011.05.24